서울 신림역과 분당 서현역에서 '무차별 흉기 난동' 사건이 연달아 발생해 불안감이 높아지자, 정부·여당이 재발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의 치안 업무를 강화,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 도입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4일 페이스북에 무차별 흉기 난동과 관련해 유동 인구가 많은 번화가에 경찰의 거점 배치를 요청하고 가석방 없는 종신형 신설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당정은 지난달 21일 신림역 사건 직후 비공개 당정회의를 열어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경찰의 치안 업무 강화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국민의힘은 정부에 순찰 방식이 아니라 유동 인구가 많은 강남역, 신림역과 같은 지역에 대해 경찰 인력이 상시 근무하는 거점 배치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을 제안했다.
박 정책위의장은 거점 배치 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해 유동 인구 분석 등을 주문했으며, 분석이 끝나는 대로 거점 지역 선정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당 정책위와 법무부는 흉악 범죄 대응을 위해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를 형법에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박 정책위의장은 "가해자의 인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반 국민의 일상"이라며 "참혹한 '묻지마 테러'가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정책적 뒷받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당 지도부 고위 관계자는 "2주도 안 돼 비슷한 사건이 발생한 만큼 입법 추진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미국 등과 같이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을 사형제와 병존해 시행하는 입법례 등을 참조해 헌법재판소의 사형제 존폐 결정과 무관하게 형법에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을 도입하는 것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묻지마 범죄'의 정의가 모호하고, 계획범죄보다 묻지마 범죄를 가중처벌하는 게 책임과 형벌 간 비례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오는 만큼, 우선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국민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대책은 이날 오후 당정협의회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의원들과 경찰청은 이날 오후 1시30분 국회에서 '무차별 흉기 난동' 사태와 관련한 당정협의회를 연다. 당은 이 자리에서 경찰청을 대상으로 관련 내용을 보고 받고, 국민 불안 해소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당정은 유사한 범행을 예고하는 글이 온라인에 올라오고 있는 데 대해서도 법적 조치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모방범죄나 인터넷을 통해 가짜뉴스를 퍼나르는 것과 같은 국민 불안 조장하는 일들에 대해서도 법적 조치를 반드시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에는 이미 관련 법안이 다수 계류돼 있다. 여의도 칼부림 사건(2012년), 여대생 살해사건(2014년), 강남역 살인사건(2016년), 대구 여고생 살해사건(2018년), 묻지마 택시기사 살인사건(2021년) 등 비슷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법안이 쏟아진 바 있다. 이날 기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는 묻지마 범죄 관련 법안만 최소 5건이 등록돼 있다.
가중처벌 관련해서는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21년 5월 △묻지마 범죄 또는 무차별 범죄를 정의하고 △형법상의 처벌수준보다 가해자를 무겁게 처벌하는 내용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일부개정안'(특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2020년 11월 사회에 대한 증오심, 적개심 등을 표출할 목적으로 상해, 폭행 또는 살인의 죄를 범한 사람을 가중처벌하는 특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가중처벌 외 묻지마 범죄 가해자를 치료감호 대상에 포함하자는 내용의 법안도 있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2021년 6일 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무차별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치료감호 및 치료명령 대상에 포함해 재범을 방지하자는 취지다.